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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5 대참사 2

대참사

Posted 2007. 9. 15. 16:05 by linn
지난밤 내가 자는새에 어미가재가 어항에서의 탈출을 감행했다.
스펀지 여과기에 연결된 기포 호스를 타고 탈출한것으로 보인다.

어미는 현재 추적끝에 찾아내서 어항에 넣어뒀다. 아직 완전히 물기가 마르지 않은 상태였던지라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보이지만 상당히 약해져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어미가 품고있던.. 독보 직전의 치가재들.

다음은 내 부주의로 탈출한 어미가 새끼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쫓아 당시상황을 추측하여 기록한 글이다.




평소같으면 항상 은신처에 들어가있기에 어미가 탈출했다는것도 모르고 있었을것이지만, 어미가 탈출했다는것을 알게된건 바로 바닥에 흩어져 말라붙은 새끼들의 사체때문이다.

깜깜한 새벽 혼자 탈출을 시도한뒤, 어항밖으로 처음 떨어지는순간 어미가재에 매달려있던 치가재 몇마리도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어미는 당황해서 물가를 찾으려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책상위에 물기가 있는곳이라곤 없다.

역시 헤매다가 또다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물기는 점점 말라가고, 기력을 잃은 독보 직전의 치가재들이 어미로부터 떨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미는 새끼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물가를 찾기 시작한다.

어미가 지나간 자리에는 그 암담했던 상황을 말해주듯이 치가재들이 말라붙은채로 마치 발자국을 보여주듯 흩어져있었다.

하지만 어미가 아무리 돌아다녀도 물가는 없다. 그래도 어미는 포기하지 않고 온 방안 구석을 돌아다닌다. 이곳저곳을 헤매다 어미는 결국 충분하진 않지만 물기가 있는곳을 발견한다. 그리고 더 좋은 장소는 없다고 판단한듯 그곳에 아직 남아있던 모든 새끼들을 풀어놓았다.

...

어미가 탈출한것을 안것은 어미가 결심하고 남은 치가재를 풀어놓은 곳의 흔적 때문이다. 처음엔 무슨 깨알같은것이 쌓여있는듯해서 뭔가하고 불을 켜고 자세히 본 뒤 기겁을 했다. 수십마리의 치가재가 말라붙은채 한곳에.. 그것도 방바닥에 놓여져있었으니...

치가재도 치가재지만 일단 어미부터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바닥에 흩어져있는 치가재 사체들을 쫓아서 어미를 찾아낸다음 손으로 잡아서 어항속에 넣어줬다. 뒤집어져 있지도 않았고, 집게로 약간이나마 저항까지 하는걸로 보아서 어미는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보였다.

그리고 서둘러서 어미가 지나갔던곳에 남아있는 치가재들을 수습해서 체리 치새우들을 격리시켜뒀던 채집통으로 옮겼다.

몇 마리 회생한 녀석들이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이 이미 고비를 못넘기고 숨을 거둔듯한 모습이다. 하루정도 지켜보면서 회복하는 녀석들은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녀석들은 살아남은 형제들을 위해 물이 상하지 않게 건져줘야 할것같다..

...

위에서 어미가 물기가 있는곳을 찾은곳은 내가 새벽에 먹었던, 음료수병에 온도차로 맺힌 물기가 조금 흘렀던곳이다. 어미는 물가를 찾지 못하고 적게나마 물기가 있던곳에 새끼들을 떨어뜨려 놓았다.

새끼들이 살아남으리라고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것일까.. 그 바로옆엔 이동식 서랍장이 있었고, 서랍장밑은 어둡고 은신하기 좋은 장소였지만 어미는 새끼들이 숨을장소라고 생각했는지 새끼들만 떨어뜨려 놓은뒤, 자신은 혼자 책상뒤쪽, 처음 어항에서 떨어졌던쪽까지 굳이 돌아와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얼마나 암담한 상황이었을까. 그 상황에서도 어미는 새끼들을 살리기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새끼들에 의하여 어미가재가 탈출했음을 알게된 나로 인해 다시 어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


사고로 독보도 하기전에 생을 마감한 새끼들은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지금으로선 어서 빨리 어미가 전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하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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